'사우디 쇼크?'…의료AI 해외 온라인 슬롯, 잇단 수주 낭보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사우디 miLab 판매 계약 변경…계약금 40% 감소·계약 기간 증가 수주 확대 속 마진 하락 딜레마…올해 1분기 매출 원가율 113.21%
AI(인공지능) 기반 혈액·암 진단 전문업체인 노을이 연이은 해외 수주 소식에도 미소 짓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계약 변경건, 실적 흐름 등을 통해 '수주=호재'라는 공식에 금이 간 가운데, 향후 노을이 추가 해외 계약에서 단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가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노을은 이달에만 3건의 해외 사업을 따냈다. 멕시코, 이탈리아, 카타르 등에서 AI 기반 혈액·암 진단 솔루션인 마이랩(miLab) 플랫폼 등에 대한 공급 계약을 현지 업체들과 체결해 총 234만1050달러(약 32억 원) 규모 수주고를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노을의 연결기준 매출(16억146만 원)의 2배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9일 노을은 일본계 의료용 전자장비 제조사인 니혼코덴의 멕시코법인인 'Nihon Koden Mexico'와 109만2000달러(약 15억 원) 규모 '마이랩 플랫폼 등 4종 제품 멕시코 공급 및 판매권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튿날(10일)엔 이탈리아계 생명과학 연구·진단업체인 'TEMA RICERCA S.r.l.'과 52만5000달러(약 7억 원) 규모 '마이랩 플랫폼 등 4종 제품 이탈리아 공급 및 독점 판매권 부여 계약'을 맺었으며, 이어 11일에도 카타르계 기업인 'Innovation Scientific Co. W.L.L'과 72만4050달러(약 10억 원) 규모 '마이랩 플랫폼 및 카트리지 3종 등 5종 제품 카타르 공급 및 판매권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주 낭보에도 주가 흐름은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노을의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 9일 2485원에서 23일 2225원으로 10.46%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6거래일(2025년 6월 12~19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기도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 150 헬스케어 지수'(코스닥 바이오·헬스케어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가 1.48%(4871.59p→4943.62p)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노을의 주가 낙폭은 더 크게 느껴진다.
이는 계약 잔액이 늘어날수록 되레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을의 현 상황을 자본시장 구성원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해외 온라인 슬롯의 수주잔고는 2024년 말 138억7800만 원에서 2025년 3월 말 기준 208억1800만 원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해외 온라인 슬롯은 전년 동기 대비 40배 가량 연결기준 매출(13억9339만 원)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16억146만 원)에 육박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동분기 해외 온라인 슬롯의 영업손실은 44억4453만 원으로 전년 동기(-39억5217만 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적자폭이 커진 주된 이유는 원가율 상승이다. 지난 1분기 노을의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은 113.21%로 집계됐다. 원가율이 100%를 초과한다는 건 제품·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노을은 지난해에도 매출원가율 154.90%를 기록하면서 22억7647만 원 규모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수주 확대 속 마진 하락이라는 해외 온라인 슬롯의 딜레마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노을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정정 보고서를 공시하고 2023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계 의료기기 도매업체인 'ABDULLA FOUAD FOR MEDICAL SUPPLIES AND SERVICES COMPANY'와 체결한 '마이랩 디바이스 및 진단카트리지 3종 판매 계약'의 계약금이 115만3600달러(약 16억 원)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계약금(189만6000달러, 약 26억 원)의 60% 가량이다.
다른 계약 조건들도 해외 온라인 슬롯에게 불리하게 바뀌었다. 해당 계약의 종료일이 기존 2025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늘었으며, 당초 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인 '사우디아라비아 공급 및 독점 판매권'까지 현지 기업에게 부여키로 했다. 받을 돈이 감액됐음에도 계약 기간은 오히려 길어지고, 판매사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만한 조건마저 계약서에 명시된 것이다.
해외 온라인 슬롯이 향후 해외사업을 추가로 수주하는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단가 압박을 받을 여지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