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상위' 없는 램 슬롯, 류진 회장 퇴직금 논란 야기

램 슬롯, 柳회장에게 퇴직금 포함 400억 원 지급해 퇴직금 주려고 빚까지 내…보상위원회 설치 의무화해야

2025-08-21     박근홍 기자
▲류진 풍산그룹 회장(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왼쪽)이 풍산그룹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로부터 2025년 상반기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른쪽은 풍산홀딩스의 2025년 반기보고서 중 임원의 보수 항목 중 일부 캡처. 사진·자료 출처 한경협,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슬롯 사이트 드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풍산그룹 지주회사인 램 슬롯로부터 올해 상반기 397억93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램 슬롯는 그에게 급여 명목으로 9억5400만 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388억3900만 원을 지급했다. 류 회장은 한경협 회장 업무 수행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지난 3월 램 슬롯 대표이사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풍산홀딩스의 2025년 반기보고서 내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동기간 풍산홀딩스의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72억461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류 회장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안겨주지 않았다면 플러스(+)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같은 기간 풍산홀딩스는 단기차입금을 기존 0원에서 400억 원으로 늘렸다.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류 회장에게 퇴직금을 줬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풍산홀딩스 측은 "내부 임원 보수 규정과 퇴직금 지급 규정에 의거해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내부 규정에 따라 산정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그럼 주주들은 그 내부 규정을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 코스피 상장사가 회장님 퇴직금을 위해 적자를 보고 빚까지 냈다는 건 결코 일반적인 투자자 눈높이에 맞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진 이유는 경영진의 성과를 공정·투명하게 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적절한 보상·퇴직금 수준을 결정하는 독립적 기구인 보상위원회(또는 보수위원회)가 풍산홀딩스 내 부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상위 운영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ESG기준원(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지배구조모범규준을 통해 보상위원회 설치를 적극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풍산그룹처럼 중견급 이상 기업의 경우 위원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보상위에서 다루는 보상의 범위에는 급여와 성과급은 물론, 스톡옵션과 장기 인센티브, 퇴직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과거 몇몇 재벌 대기업에서 오너일가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해 여러 차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고, 최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잘못된 경영진 보상에 따른 기업 자산 손실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2025년 6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기준) 풍산홀딩스는 보상위원회를 비롯해 그 어떠한 별도 위원회도 이사회 내에 구성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풍산홀딩스에 독립성이 확보된 보상위가 존재했다면 '고액의 오너 퇴직금 지급-현금유출 급증-단기차입금 확대'라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설사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보상위가 있다면 책임 소지가 명확해지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풍산홀딩스 측은 "향후 회사 규모 및 사업영역이 확장돼 이사회 내 별도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관련 법령 요건에 달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2025년 반기보고서상 풍산홀딩스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1조3159억 원이고, 동기간 풍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풍산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4조1590억 원이다. 우리나라에서 풍산그룹보다 규모가 큰 기업집단은 100개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풍산그룹은 대한민국 경제인을 대표하는 한경협 회장을 배출한 기업집단으로서 타의 모범이 되는 지배구조를 구축해야만 한다. 류진 회장도 마찬가지다. 한경협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비전·윤리헌장을 제시하고 있는 단체다. 한경협의 수장으로서 구설수에 휘말릴 만한 일은 스스로 피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풍산홀딩스는 이미 류 회장의 통장 계좌에 거액의 퇴직금을 이체했다.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순 없다.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실행해야 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보상위원회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대상이 확대(오는 2026년부터 시행)되는 흐름에 맞춰, 보상위 설치·운영의 단계적 의무화를 검토해야 할 때다. 단순히 위원회 구성만 의무화해선 안 된다. 심의·의결의 독립성 보장을 최소 기준으로 제시해야 한다.

주주 권리 보호·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공약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시대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으로 기업 자산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보상위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