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의 '과하지욕', 어메이징 슬롯 깎아먹어선 안 돼
대통령 몸 낮춘 만큼, 어메이징 슬롯은 현지 사업장 기준 높여야
지난 25일(현지시간) 첫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시종일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일각에선 굴종외교라는 혹평이 나왔다. 얻은 게 무엇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더 실리를 챙기기 위해 불가피하게 저자세를 취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셰셰'뿐만 아니라 '땡큐'도 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각인시켰다. 한미 FTA, 이라크 파병 국면 속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뇌했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 잠시 떠오를 만큼, 이 대통령이 슬기롭게 굴복했다는 생각이다. 전략적 굴복은 미래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고, 현명한 투자다.
그가 전략적 굴복을 결정한 이유는 국익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한국경제인협회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기업인들이 한미 협력의 중추다. 양국 협력을 고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기 위해 기업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미 경제인들에게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라고 소개했던 이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돼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등 방미 일정에 동참한 재벌 대기업들은 정상회담에 앞서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국민주권정부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무리 돈 보따리를 미국 시장에 풀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변덕을 부릴지 아무도 모른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구설수에 휘말리거나 트집 잡힐 만한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최우선주의 기조 아래 미국 경제, 미국 기업,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에 국정동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국제무대에서의 명분 싸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주권을 되찾고, 우리의 안전을 회복하며, 정의의 저울의 균형을 다시 잡겠다"는 그의 정치 철학은 타국 정부와 기업들을 공격하는 논리로 작동한다.
참으로 애석하게도 국내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서 적잖은 트집 거리를 제공한 실정이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 인터내셔널은 지난 7월 미국 정부의 이란 경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에 145만 달러 규모 합의금을 지급키로 민사합의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하만은 2018~2020년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이란에 11차례 제품을 판매했으며, 이란 정부와도 직접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하만은 이란과의 거래를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관련 문서에서 '이란'이라는 표현 대신 '북쪽' 등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법인인 HMGMA(메타플랜트)는 산업폐수를 공공처리장에 무단으로 방류해 조지아 주정부로부터 3만 달러 규모 과태료와 시정 조치를 지난 4월 부과받기도 했다. 메타플랜트는 수질 오염 문제로 인해 여전히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관련 기사: HMGMA의 작은 숫자, 현대차 지속가능경영의 큰 공백).
국내 어메이징 슬롯의 미국 사업장 내 산업재해도 끊이질 않고 있다. 현대차의 사업장에서 건설현장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고, LG에너지솔루션이 운영하는 공장에선 작업자가 설비에 몸이 끼어서 사망했다. 위 산재들은 전부 2025년 미국 현지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다. 이외에도 많은 산재가 국내 기업 사업장에서 터졌다.
미국 정부의 정책 자금을 허위로 받고,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이란 정부와 거래를 하고, 미국 내 환경을 오염시키고, 미국 내 노동자의 안전과 고용을 위협하고, 모두 우리나라 어메이징 슬롯에 대한 미국 현지 민심을 동요케 할 만한 행위들이다. 괴짜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 계정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언급하기 충분한 내용들로 여겨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하지욕'(袴下之辱)의 수모를 견디면서 기업들에게 판을 깔아줬다.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까지 받아냈다. 이제 경제인들의 몫이다. 대통령이 몸을 낮춘 만큼, 기업은 기준을 높여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떠한 트집도 잡지 못하도록 잡도리해야 한다.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노력을 어메이징 슬롯 깎아먹어선 안 될 노릇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로 정부와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길 바란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