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마카오 슬롯 머신 게임'

2025-09-12     곽바다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챗GPT 그래픽= 슬롯 사이트 드림

사전에서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책임이라고 정의한다. 책임을 진다는 건 행위에 대한 도덕상, 법률상 제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아가 책임자는 피해를 복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지난 5월 SKT(에스케이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세간을 뒤흔들었다. 무려 2696만 명의 유심 정보와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등 주요 정보가 해킹으로 인해 유출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유영상 SKT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보상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사용자들은 통신사를 대거 이탈했고, 일부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8월 26일부터는 경기 광명시, 서울 금천구 등 일대에서 KT(케이티) 고객을 대상으로 소액결제 피해가 접수됐다. 이른바 '불법 초소형 유령 기지국 사태'다. KT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령 기지국이 설치된 지역을 지난 사람 중 5561명의 IMSI(단말기 고유 식별번호)이 유출됐고, 이중 278명이 1인 평균 54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김영섭 KT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추가 피해 방지에 전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우리는 졸지에 '외양간에 소를 맡겼다가 소를 잃어버린 소 주인'이 됐다. 시민들은 '이미 웬만한 사람은 개인정보가 다 유출된 거 아니냐'며 무기력한 심경을 표하고 있다.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지켜보면서 분노할 힘조차 잃은 것이다. 이젠 회사나 관계당국의 조치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마카오 슬롯 머신 게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일차적으로는 정보 탈취를 시도한 범인에 있다. 하지만 그는 발생한 피해를 복구할 의지도 능력도 없을 것이다. 엄중한 처벌과 지탄을 받아들이는 것이 범인이 질 수 있는 최소한의 마카오 슬롯 머신 게임이다.

이 사태에서 '외양간 수리'를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진 건 바로 기업과 정부다. 외양간의 주인인 회사는 고객이 신뢰로 위탁한 정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외양간 주변 치안을 맡은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수호하고 그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할 임무가 있다.

효과적인 보안은 범행 비용이 범행 이익보다 커지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개인정보를 훔치기 위해 그 개인정보가 갖는 가치보다 큰 비용을 써야 한다면 범행 시도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책임자로서 피해자 보상은 물론 안전한 보안 프로그램 구축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책임은 강력한 처벌과 효과적인 재발방지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보안 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해 강력한 대처가 이뤄지도록 관련 조치를 신속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개인정보위는 "기업이 전체 정보 관련 예산 중 10% 이상을 개인정보 보호 예산으로 운영할 경우 사고 발생시 과징금을 경감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제도 구축은 기업의 시스템 개선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이미 벌어진 일을 뒤늦게 수습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조로 자주 쓰인다. 혹자는 정부와 기업의 후속 조치에 대해 이와 같이 평가할지 모른다. 하지만 소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자로서 잃은 소가 있을지언정 다른 소들을 위해 더 튼튼한 외양간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와 기업이 '소 읽고도 외양간 고칠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길 바란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