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일하고 싶어요'…납작 엎드린 미니 슬롯 머신社 CEO들
미니 슬롯 머신·KT·KT&G, 親정부·親주주 행보…'李정권 눈치 보기?'
포스코, KT(케이티), KT&G(케이티앤지) 등 '주인'이 없는 소유분산기업들이 최근 친정부 또는 친주주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각종 사건·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스코와 KT는 물론, KT&G도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 업체의 공통점은 윤석열 정권 당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인사들이 CEO 역할을 계속 수행 중이라는 것이다. 정치권과 관련 업계 내에선 소유분산기업들의 최근 행보가 CEO의 거취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포스코, 중대재해로 대통령에게 찍힌 후 HMM 인수 카드 꺼내
장인화 회장, '안전혁신·미래전략자문위' 회장 직속기관으로 둬
포스코그룹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6위다. 하지만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계속 제외됐다. 윤석열 정권 당시 여러 차례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과 비교된다. 때문에 이를 두고 재계에선 장 회장과 포스코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찍힌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산업재해 근절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 왔다. 그러던 중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터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에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법적 조치를 모두 검토하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했지만, 지난 8월에도 포스코이앤씨의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감전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미니 슬롯 머신이앤씨를 콕 집어 질책한 것에 대해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 외에 다른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의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가 계속 터졌음에도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만 압박했다. 포스코그룹은 주인이 없는 회사로 정권교체기 때마다 혼란을 겪었다. 더욱이 장 회장은 전(前) 정권 때 선임된 사람"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포스코이앤씨 사태 이후 업계 내에선 임기(오는 2027년 3월 만료)가 아직 절반 가량 남은 장 회장의 '중도퇴진론'이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장 회장은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이달 초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를 회장 직속 독립 기관으로 출범시켰다. 이어 이달 중순에는 이재명 정부의 '대기업이 청년 취업문을 넓혀달라'는 요구에 부응해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2600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만 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HMM 인수설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핵심 사업인 철강이나 2차 전지 소재 등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명분이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HMM 민영화를 희망하고 있는 현 정부에 긍정적 인상을 남기기 위해 장 회장과 포스코그룹이 M&A 검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임기 6개월' 남은 KT 김영섭, 국회 사퇴 압박 사실상 거부
해킹 사태 극복·연임 위해 대대적 주주환원 정책 내놓을듯
올해 산재 사고만큼이나 큰 논란이 된 사건을 꼽자면 단연 이동통신사들의 해킹 사고다. 현재 여권에선 이를 빌미로 김영섭 KT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에 돌입한 상태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 출석한 김 사장을 향해 "김 대표를 비롯해 (해킹 사고와) 연관된 임원진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사장의 선임 당시 절차를 문제 삼는 위원도 있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김 사장이 김건희 낙하산으로 왔다는 얘기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지금 그런 (사퇴) 말씀을 드리기는 부적절하다"면서 "우선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다. 같은 자리에 출석해 사임 각오를 밝혔던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와 대조를 이루는 답변이었다. 김 사장이 사실상 연임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까지다.
다만, 통신업계에서는 대형 사고를 치고 국회에서도 등을 돌린 만큼, 그가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연임까지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분위기다. 더욱이 KT는 현재 해킹 피해자들에게 뚜렷한 보상 약속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방위 청문회에서 위약금 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조로 대답하긴 했으나, 결국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보상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김 사장은 KT에 대한 민심을 추스리는 동시에, 자신의 재신임을 준비하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카드를 내놓을 전망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는 내년에도 최소 2500억 원 규모 자사주 취득이 예정돼 있고, 1조 원 규모 자사주 소각 조기 집행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해킹 사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구조조정 작업에 보다 강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며 "김 사장이 임기 만료를 불과 6개월 앞두고 있다. 그렇게 아낀 비용과 창출한 수익을 주주가치 제고에 사용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주주환원 강화 기조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4년 만에 M&A'·'파격적 주주환원 정책' 내놓은 KT&G
지난 23일 KT&G(케이티앤지)는 미국 알트리아그룹과 함께 스웨덴 니코틴 파우치 제조사인 ASF를 2624억 원에 인수(KT&G 지분율 51%)한다고 밝혔다. KT&G가 M&A에 나선 건 2011년 트리삭티 인수 후 14년 만이다.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내놨다. 이날 KT&G는 '2025년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올해 연간 주당 배당금을 6000원 이상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내세웠다. 앞서 공시한 반기 배당금 1400원에 더해 기말 배당금으로 4600원 이상 지급한다는 것이다.또한 연내 26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 매입·소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울러 오는 2027년까지 계획된 기존 주주환원 원칙을 업그레이드해 보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로 피력했다.
이는 모두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흐름에 부응하는 행보로 보인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현 대통령실)가 기획재정부, KT&G의 주요 주주인 IBK기업은행을 통해 KT&G 사장 교체를 추진하려다가 사장 교체에 실패했다는 의혹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청와대가 KT&G의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가 해당 의혹에 힘을 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사장은 취임 당시에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는 찬성표를 받았지만 기업은행의 반대에 곤욕을 치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며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음에도 혹시 모를 정치권에 외풍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소유분산기업의 CEO 자리는 '외풍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자리다. 국민연금공단 등 정부 기관들이 해당 업체들은 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을 때마다 이들 업체의 CEO들은 '미운털'이 박히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사 자리를 보전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포스코와 KT, KT&G의 친정부·친주주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일자리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투자자들에도 이익을 주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을 정부가 잘 컨트롤한다면 굳이 아마추어처럼 권력을 악용하지 않더라도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게끔 소유분산기업들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