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 조세희 작가, 향년 80세로 별세
높은 완성도로 320쇄 148만부 '스테디셀러' 기록
작품 속 시대적 갈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완성

[ 슬롯 사이트 드림=연기홍 논설위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별세(향년 80세)했다.
100세 장수 시대에 80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더 안타깝다.
시대의 어둠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를 세상에 알린 대표작이자 출세작이기도 한 `난쏘공’은 현대 한국 소설에서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다.
국내 소설 시장에서 드물게 올해까지 320쇄 148만부를 찍으며 스테디셀러로 장수를 누리고 있는 드문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스테디셀러로서의 기록뿐만 아니라 주제와 문학적 완성도면에서 나무랄데 없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난쏘공’은 내가 국내 소설중에 몇 안되는 좋아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소설보다는 일본 소설이 내 취향에 맞는다. 눈을 영미소설로 돌린다면 미국 소설보다는 영국(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포함)소설을 선호한다.
영미문학의 뿌리 아일랜드의 작품 다수에서 시대 또는 인간 본성을 다룬 주제문제의식과 소설의 기쁨과 감동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반면 미국 소설은 주제의 깊이와 글의 완성도에서 뭔가 1%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한 예로, 고전으로 꼽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번역의 미숙함때문인지는 몰라도 `거칠고 듬성듬성 구멍이 나 보이는 이 작품이 왜 고전으로 꼽힐까’ 이 작품외에도 대학에서 영미소설을 공부하면서 의문이 든 작품이 많았을 만큼, 미국 소설에선 자주 당분이 부족했다.
내가 일본 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물론, 일본 소설을 더 좋아한다고 친일까지(요즘 말로는 토착왜구?)는 아니지만 …
일본 소설을 가끔 만나보면 매우 정교하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가 던진 주제와 그 주제를 풀어가는 글의 구성이 날줄과 씨줄로 정교하게 짜는 옷감의 천과 같이 빈틈이 없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간의 화법에서 주고받는 심리 묘사가 섬세하고 탁월하다. 이런 점들이 일본 소설에서 끌리는 매력이다.
더 추가한다면 소설의 주제 의식과 스토리셀링의 재미적 요소가 잘 포장되어 완성도가 높다. 사회성과 대중성을 잘 버무려 읽는 독자들에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즐거움을 선사받곤 한다. 단 일본 소설의 흠이라면 소설의 허구성을 곳곳에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나의 최애 일본 소설인, 일본의 전국시대를 다룬 대하소설 `대망’에서 주인공 도꾸가와 이에야스는 어린시절(12~14살정도) 당시 최강자인 쇼군 토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의 볼모로 잡혀 지낸다. 엄마 품에서 어리광이나 부릴 나이의 어린 이에야스는 자신의 마음을 떠보는 히데요시의 밀당식 음흉한 말에 넘어기지 않고 오히려 역공을 펼치는 대화 장면이 나온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여타 일본 소설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태연하게 나와 약간 ‘기분을 깨게 한다고나 할까’
반면 한국 소설의 경우 조금 와 닿지 않는 것들이 있다(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에서 나오는 개인생각임을 밝힌다.) 주제, 또는 문제 의식과 스토리구성면에서 약간 따로 노는 느낌을 받을 때가 왕왕 있다. 사회성 높은 작품에서 이데올로기에 치우쳐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못미치거나, 순수문학 작품을 지향하는 경우, 문학의 순수성에 매달려 문장 하나하나에 얽매여 소설 본연의 대중적 재미와 감동을 전달받지 못해 아쉽다. 대중성과 문학성의 완성도를 함께 맛보았으면 하는 허기를 느끼곤 한다. 장점은 투박한 면이 있으나 주제와 스토리에서 힘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난쏘공’은 이런 점에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60~70년대 급성장하는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도시화속에서 소외되는 도시 노동자 빈민들의 시대적 어둠과 아픔을 예리하게 짚어낸 주제 의식이 매우 탁월하다. 깊은 문제 의식을 야생의 날 것과 심각한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완숙한 스토리로 승화시켜 소설 본연의 사명(?)인 재미의 보편성을 이루어냈다. `난쏘공’에선 명장의 깊은 내공에서 우러난 숙련도와 그 작품의 깊숙한 내면에서 올라오는 향기가 느껴진다.
70년대 산업화를 다룬 `난쏘공’이 당시의 시대 상황을 모르는 젊은 독자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이유도 소설 본연의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획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난쏘공’과 함께 `산하’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 작품을 순전히 좋아하는 이유이다. 시대를 다룬 주제와 소설의 스토리를 잘 버무려 문학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이들 작품은 똑같이 `배꽃의 향기’가 난다.
`난쏘공’을 통해서 알리고자 했던, 산업화 물결속에서 비롯된 팍팍한 도시 빈민의 삶과 빈부격차와 계급, 노사 갈등은 여전하다. 이런 면에서 `난쏘공’은 미완성이자 현재진행형이다. 작가 조세희가 바라던 시대가 왔을 때 비로소 `난쏘공’ 또한 완성된 작품이 되지 않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연기홍 논설위원
- 연피알커뮤니케이션 대표
- 前 매경닷컴 부동산센터장
- 前 매일경제 중소기업부 차장
- 前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 前 매일경제 사회부 기자
- 고려대 영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