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전략과 국가경쟁력 연구부문 최고 권위자 마이클 E.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18대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인 2011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연단에 섰다. 강의가 끝난 후 한 패널이 포터 교수에게 '내년에 다시 한국에 오면 어떤 걸 가장 보고 싶느냐'고 물었고,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그는 "선거다. 한국이 어떤 대통령을 선택할지 가장 궁금하다. 그리고 더 궁금한 건 왜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을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영학 대가의 입에서 왜 '선거'라는 말이 나왔을까. 정치와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기업은 상호 영향을 주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정자와 기업가들은 늘 충돌했고, 항상 공조했다. 이들의 앞서거니 뒤서거니가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확립된 현대시민사회 들어서는 자본권력이 우위를 잡는 듯했다. 기업가들이 건넨 후원금에 따라 선거 판도가 바뀌었고, 그들의 로비에 국가정책과 입법활동이 좌우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흐름이 다시 꺾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전염병 사태가 지속되면서 방역 통제권을 갖고 있는 정치권력의 힘이 급격하게 커졌고,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식량을 비롯한 각종 자원의 무기화 흐름 등 정치적 이슈들이 자본권력을 위협하고 있다. 정치가 선도하면 경제가 반응하는 '선(先)정치, 후(後)자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 3일 열린 2025년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경제계가 주목해야 할 점들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기업가들은 이번 대선으로부터 어떤 점을 배워야 하며, 또 어떤 경영적 메시지를 취사 습득해야 할까.
이재명 대통령, 끝내 50%의 벽을 넘지 못한 이유

6·3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하기엔 부족했다. 과반을 넘기지 못한 승리여서다. 전임 대통령인 윤석열씨의 탄핵이라는 정치 충격 속에 치러진 선거로 상당한 반사이익이 예상됐음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50%의 국민 설득에 실패했다. 또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41.15%를 가져가면서 민주당에서 기대했던 10%p 이상 득표차도 이루지 못했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왜 과반의 벽을 넘지 못했는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권에선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사법 리스크와 부정적 이미지, 이에 따른 중도·보수 지지층의 정서적 거부감 등이 이 대통령의 과반 획득을 막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 통합형 중도보수 대통령 등을 선거 일정 내내 강조했지만 '그래도 이재명은 싫다'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한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젓가락 발언'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 발언의 문제 여부를 떠나서 젊고 이성적인 정치인이라는 그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힌 건 분명한 사실이었고, 이는 중도층·여성층에서의 지지 이탈을 야기했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경제·산업계에서도 때론 제품과 서비스의 질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실적을 좌우할 때가 있다. 아무리 제품이 우수해도 브랜드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 있다면 소비자는 등을 돌린다. 남양유업 불매운동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잇따른 산재 사고 이후 이미지 회복이 더딘 SPC, 백종원 대표이사발(發)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는 더본코리아 사례도 모두 정치와 닮아 있다. 이는 제품·서비스의 우수성만으론 시장을 장악할 수 없고, 빼어난 실적만으론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유기적 결합 못한 국민의힘, 반등 동력 상실
윤석열씨의 극단적 정치 행보에 따른 역풍이 보수 진영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과는 달리, 이번 슬롯 머신 꽁 머니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라는 제법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지지층이 건재했다는 증거다. 때문에 일부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거 일정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이기는 기적을 낳았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기 직전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진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간 단일화 협상은 보수 진영의 결집을 위해 마련된 전략적 카드였다. 하지만 협상은 좌초됐고, 후에 한 전 총리가 김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표심을 얻는 데엔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선거 운동을 할 시간만 낭비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김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선거 일정 중반부터 유세에 나서긴 했지만, 대선 승리가 아닌 자기 정치에만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후보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당 지도부 등이 유기적 화합·결합을 이루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른 것이다.
합병·제휴의 실패는 산업계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기업간 내부 정체성과 조직문화, 구성원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통합 시너지가 반감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CJ대한통운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해 CJ GLS와 합병시킬 당시 양사는 네트워크·물류 시스템과 조직문화 충돌로 인해 배송지연, 파업, 매출 감소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옛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사들였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직후에 한 일은 금호렌터카의 자동차를 대우건설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기존 대우맨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뱉어내야 했다.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파동, 한동훈 전 대표의 솔플(혼자서 플레이) 논란 등은 유권자들에게 국민의힘의 내부 통합이 형식에 불과했다는 인식을 줬다. 형식적 합병, 형식적 제휴만으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외형적 결합보다 중요한 건 내부 결속과 조직문화·정체성의 조율이라는 걸 다시 상기시킨다.
CEO가 간과해선 안 될 숫자 '8.34%'

정치가 시장을 흔든다. 이 맥락에서 시장이 반드시 눈여겨볼 건 정치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슬롯 머신 꽁 머니은 투표율, 연령별 득표율, 성별 투표 양상 등 모두에서 시장 분석에 준하는 데이터를 남겼다. 20대 남성 소비자, 30대 여성 구매층, 60대 이상 브랜드 충성자 등으로 대입하면, 이 선거는 기업에게도 출구조사 이상의 힌트를 제공한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시장은 계속된다. 정치가 움직이는 방향과 유권자들의 행보를 보고, 산업계는 상품 포지셔닝, 채널 전략,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을 새로 짜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꼭 체크해야 할 대목이 있다. 2025년 대선에서 거대양당이 아닌 제3지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의 표를 얻었다. 이른바 '젓가락 발언'이라는 대형 실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평가절하되기도 하나, 우리나라에서 제3지대의 득표율 8.34%는 결코 적잖은 수치다. 이 후보에게 표를 준 300만 명의 국민은 거대양당에서 탈출을 단행한 유권자들이다. 사표임을 알고도 사표 논리를 깨기 위해 사표를 던진 이탈층이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곳에 표를 던진 사람들의 이 같은 선택은 비단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도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고정 지지층의 분화는 기존 질서를 해체하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라는 이분법에서 탈출한 소비자들이 탄산수, 제로 음료, 단백질 보충제, 커피 등으로 이동하듯 말이다. 이들은 공급자 중심의 선택지를 거부했다. 이는 정치의 다극화 가능성은 물론, 기업간·브랜드간 경쟁에서도 강자들만의 리그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역설적이게도 압도적 1등 전략만으론 더 이상 시장을 지배하기 어렵다. 경영가들이 이를 마케팅·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복기하지 않는다면, 다음 연도 실적에서 치명적인 소비자 반응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재명…성과 중심의 강한 추진력 보여줄듯
이재명 대통령은 앞으로 강하고 실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국회 과반을 점유한 여당 더불어민주당을 등에 지고 행정·입법 주도권을 쥐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 경제 규제, 기업 감시, ESG 정책 강화 등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환노위, 정무위 등 경제·산업 관련 상임위에서 입법 드라이브를 걸 여건은 충분하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줄곧 강조해 왔던 AI(인공지능) 등 신사업, 반도체와 방산 등 전략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동시에 상법 개정 및 공정 경제 관련 정책을 펼쳐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주문하고, 중대재해처벌법, 하도급법 등 기존 규제 프레임을 강화할 전망이다. 또한 기본소득, 금융 취약계층 지원 확대 등 적극적 재정 지출을 통해 단기적 경기 부양을 모색할 공산이 커 보인다.
아마 그 리더십은 합의보다는 속도와 추진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보다는 강한 예측 가능성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이 같은 환경에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분석하지 말고, 실행을 전제로 손익을 시뮬레이션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세대별·성별 양극화, 고정 지지층의 분화 등 대선 득표율에서 나타난 흐름들을 내부 조직문화에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다. 외부 압박에 떠밀리기 전에 기업 자체적으로 조직문화의 변화를 추진하는 게 낫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