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한 랜드마크 구축은 지역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상징성 있는 건축물과 단지가 들어서면 그 일대 자체가 프리미엄 주거지로 인식돼 도시 브랜드가 강화된다. 또한 공공 기반시설의 개선 작업이 동반되기 때문에 조합원 개개인의 자산가치 상승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을 제고하고, 지역 내 소상공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아가 세계 주요 도시인 서울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랜드마크를 조성함으로써 글로벌 국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성수지구와 압구정 일대는 서울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지로서 세계와 경쟁할 상징성을 갖춘 정비사업 부지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랜드마크를 구축해야 마땅한 사업장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몇몇 구역에서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랜드마크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안설계·특화설계 자체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일부 조합에서 표면적으로는 대안설계를 허용한다면서도, 층수나 동배치, 외형 등에 대한 변경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건설사간 설계 경쟁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이들이 건설사의 대안설계 제안을 꺼려하는 주된 이유는 아마도 대안설계가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 때문일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계와 조감도, 책임 없는 제안, 공사비 증가, 건설업체간 과도한 경쟁, 그리고 이로 인한 조합 내부 갈등 등 모두 국내 정비사업장에서 반복됐던 장면들이다. 실제로 '수주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건설사들은 정작 시공권을 확보한 후에는 무책임하게 설계를 변경해 왔고, 조합원들은 과도한 분담금 상승과 불투명한 공사비 내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들은 대안설계 자체 때문이 아니라 제도와 기준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일들이다. 요즘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시 등은 대안설계 운영기준을 마련해 건설사들의 대안설계 제안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비계획 범위 내에서 합법적이고 현실성 있는 설계만을 허용하고 있기에 행정적 리스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조합 집행부의 관리·감독·통제 역량만 충분하다면 건설사들의 책임 있는 설계 제안을 유도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원안설계에 대해 대부분 아쉬움과 한계를 느낀다. 그들은 항상 더 나은 주거환경, 자산가치의 증대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고급화와 랜드마크가 필수적이다. 고급화는 설계 경쟁이 펼쳐질 때에만 가능하다. 경쟁 없는 구조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온 사례는 많지 않다. 조합 집행부에겐 조합원들의 그 기대를 차단할 권한이 없다. 설계 경쟁을 원천 차단하는 조합은 시장에서 뒤처지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조합원들의 불만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열린 설계 경쟁은 조합원 이익을 보호하는 기본적 장치 중 하나인 셈이다. 이를 조합 집행부가 인위적으로 제한하고 차단하는 건 결국 조합원들의 선택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향후 법적·사회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왜 국가가 허용한 제도와 기준을 활용하지 않고, 되레 조합에서 막았느냐'라는 질문 앞에 납득할 만한 답변은 떠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조합의 역할은 경쟁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하리라.
정비사업은 단순히 현재를 위한 개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고급 입지에서 설계 경쟁이 실종된다면 조합원들이 기대한 자산가치 상승은 애초에 불가능해진다. 나아가 일대 지역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성수지구와 압구정이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나아가려면 설계 경쟁을 반드시 열어야 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출발점이다. 열어야 한다. 그것이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미래이며, 시장이 요구하는 방향이다. [ 슬롯 사이트 강원 랜드 슬롯 머신 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