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상업면적 중 절반 이상 구식형 지하상가 위주 설계
"특히 1층의 경우 낮은 층고로 상업시설 활용 어려울듯"
"공사비 절감 위한 밀집 점포, 공실로 집값 하락 걱정돼"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에 'HDC용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상업시설 계획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일부 조합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복도식 지하상가 위주로 설계돼 공실 리스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면1구역 조합에 전달한 입찰제안서에 조합의 원안설계보다 상업면적을 추가 확보해 조합원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상 6033평, 지하 6056평 등 총 1만2089평 규모 상업면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사인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가 제안한 상가시설 대안설계안(지상 8239평, 지하 863평 등 총 9103평)보다 넓은 면적이다.
다만, 전면1구역 조합원들 사이에선 HDC현산이 제시한 이 같은 제안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상업면적의 절반 이상이 구식 중복도형 구조의 밀집된 지하상가로 계획된 데다, 층고 등 공간 활용성에도 한계가 뚜렷해 대규모 공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HDC현산의 전면1구역 상업시설 계획안을 살펴보면 입찰 도서상 대부분 면적은 상품성이 낮다고 볼 여지가 있는 구식형 중복도형의 지하상가로 구성됐다. 이는 최신 상업시설 트렌드와 거리가 먼 밀집된 점포 구조로 자연 채광 부족, 비효율적 동선, 집객력 저하 등 단점이 크다. 과거 강변 테크노마트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테크노마트는 지속적인 공실로 상권 붕괴를 겪은 바 있다.

여기에 도면상 일부 상가가 오피스텔과 동일한 층에 배치된 점도 논란거리로 언급되고 있다. 상가 소음과 동선 혼재로 인해 고급 오피스텔의 상품성과 분양성을 저해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는 향후 상가와 오피스텔의 동반 가격 하락을 야기해 집값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히 우려하는 조합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상가 1층의 층고가 약 3m로 계획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면1구역의 한 조합원은 "HDC현산이 지상에 비해 2~3배 저렴한 지하공간을 무리하게 늘려서 평당 공사비가 저렴한 것처럼 꾸미는 착시 효과를 노린 것 같다"며 "하지만 계획 면적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실제 수익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설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례로 입찰도서에 상가 1층 층고가 3m로 명시돼 있는데, 설비나 마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천장고는 약 2.1m 수준이 될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공동주택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정상적인 상업시설로 활용하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설계는 HDC현산이 다른 구역에서 보였던 행보와도 대비된다. 지난해 6월 HDC현산은 남영2구역 재개발사업 입찰 당시 전용률과 접도율이 높은 대면형 상가를 강조했고, 중복도형 구조는 지양하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전면1구역에선 중복도형 중심의 지하상가를 제안하면서 정반대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조합원은 "HDC현산의 상가시설 대안설계는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설계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이앤씨는 외부와 연결되는 테라스형 상가를 제시했다"며 "HDC현산은 단순 면적 확대에 집중한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실제 수익성과 집객 효과를 중심으로 한 설계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업계 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자연채광, 통풍, 개방감이 핵심인 최신 트렌드를 역행하는 중복도형 지하상가 위주 설계는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면적 확보에 치우친 설계는 장기적으로 공실 증가, 상권 침체를 불러올 수 있고, 이는 전반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특히 용산은 상업지와 주거지가 고급화되는 흐름 속에 있는데, 이에 반하는 구조는 전체 사업 성공 가능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