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영미 드라마 못지않는 웰메이드 수작
탄탄한 스토리·완성도 높은 연기력·뛰어난 영상미 명불허전
K-컨텐츠의 달라진 경쟁력, 해외 수출 품목으로 육성해야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우리들의 블루스”

모 케이블 방송사에서 작년 이맘때 방영했던 20부 연작 드라마이다. 방영 1주년 기념 재방영으로 우연히 보게된 이 드라마에 완전히 빠졌다.

제목 마저 범상치 않은 ‘우리들의 블루스’는 작품성이 뛰어난, 말그대로 대단히 웰메이드한 드라마이다. 영미 드라마 못지 않는 스토리의 힘과 재미에 감동까지 더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K-콘텐츠의 힘을 새삼 느꼈다. 그동안 사실 무시했던 K-콘텐츠의 달라진 경쟁력에 왜 요즘 한류 콘텐츠가 뜨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제주도 푸릉마을 주민들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이다. 잘날것 하나없는 이곳 주민들은 저마다 상처 하나씩을 가슴에 숨긴채 살아간다. 누군 인생의 황혼녁에서, 누군 절정기에서, 또다른 누군 출발선에서 때론 좌절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절망한채 말이다.

부모는 자식 때문에 아파하고, 자식은 부모를 원망해서. 친구는 친구의 우정의 혼돈으로 서로를 미워하고 아파한다. 젊은 연인 두 사람은 사랑의 불안감으로 아파하고, 부모가 된 자식은 자신의 자식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는 푸릉마을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이들이 겪는 아픔과 좌절, 분노, 사랑과 우정, 갈등 그리고 이 모두를 보듬어가며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하면서 갈등의 치유를 통해 다시 서로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믿음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 저미는 온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무대 배경인 제주도 푸릉마을의 내 키정도의 얕으막한 지붕과 돌담, 그 뒤로 언뜻언뜻 보이는 제주 바다 풍경은 우리들의 블루스 주민들의 삶과 왜 그렇게 닮았고 어울리는지…

푸릉마을 지붕 너머로 펼쳐진 파란 바다의 모습은 폴고갱의 그림처럼 원시적이고 모태적이면서 따듯하고 정겨운 한폭의 풍경화이다. 가슴시리도록 푸르디 푸른 푸릉마을의 뛰어난 영상미는 주민들이 결국은 서로를 미워할 수 없게 하는 원천이 아니었을까.

한 예가 될 런지는 모르겠다. 12년전, 건축 견학차 일본 동경 외곽의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 던 적이 있었다. 그때 건축 전공의 일본 가이드가 한 말이 기억난다. “아파트 단지 조성 컨셉을 이곳으로 불어오는 남태평양 바람의 색깔과의 조화에 맞췄다고…”

처음엔 단순히 허풍으로 들렸지만 견학을 마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남태평양의 바람과 이곳 신축 주거 단지의 분위기가 정말 잘 어울리겠다고 말이다. 단지 안의 초등학교의 운동장은 잔디밭이나 합성수지소재가 아닌 흙먼지가 날리는 맨땅에다 울타리 곳곳에 서있는 나무의 풍경이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와 흡사했다. 회랑식 상가의 정갈함과 세련됨은 처음으로 회랑의 건축적 존재감과 의미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리고 이 모던한 아파트는 단지의 안과 밖이 자연 그대로의 수풀과 도랑, 야생화와 나무숲들로 연결되어 때론 도시에서, 때론 시골에서 주거하는 착각이 들게 했다. 단지의 전체적인 모습이 가이드의 말처럼 인근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정말 어울리겠다는…사족이지만 서울시에서 은평동 아파트 단지 조성시 이곳 단지 컨셉을 모델로 삼았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Blues는 사전적으로 느리고 슬픈 노래 또는 느린 박자의 춤, 슬로우댄스를 뜻한다. 흑인들의 춤과 노래인 블루스는 삶처럼 느릿하면서도 구슬픈 가락과 춤으로 구성되면서 결말은 이런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 기쁨으로 승화하며 결말을 맺는다. 386세대들에겐 블루스는 그저 나이트클럽에서 쌍쌍이 추는 춤으로도 알고 있지만.

푸릉마을 주민들의 삶은 내세울게 없이 조용하게 느리게 때론 슬픔을 간칙한채 살아가는 블루스의 삶이다.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이들의 삶처럼 말이다.

이 작품의 완성도는 작가와 감독의 완벽한 앙상블의 힘에 있다.

작가가 드라마에서 모순된 갈등적 요소들을 하나로 잘 버무려서 평범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위대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장인의 탁월함이다. 이를 영상미로 흡입력을 높인 감독의 능력, 여기에 배우들의 수준 높은 완벽에 가까운 연기력, 특히 제주 방언을 소화해내는 전달력은 가히 명불허전. 제주 방언이 제주 바다와 닮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동안 K-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무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진부한 시나리오와 대사, 국뽕과 신파조 전개, 애매모호한 결말과 해피엔딩에 대한 콤플렉스, 강요하는 듯한 과장된 감정 연기 등등.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 모든 K-콘텐츠에 대한 선입견을 한방에 날리게 했다.

요즘 넷플렉스에서 상위 순위를 지배하다시피하는 K-콘텐츠가 우연히 아니었다. K-콘텐츠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이차전지 등등 한국을 지탱해온 제조업 못지않게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잠재력 높은 서비스 산업임을 새삼 깨달은 요즘이다.  [ 슬롯 사이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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