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새 거점으로 낙점한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가 올해 들어 휘청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현지 자동차업체인 마힌드라(Mahindra&Mahindra)에게 밀리면서 판매량·점유율이 줄어든 데다, 도매-소매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재고까지 쌓이고 있다. 단순 출하량을 줄이는 것만으론 재고가 해소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현지 판매 전략의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8일 인도자동차제조협회(SIAM), 인도자동차딜러협회(FADA)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6월 현대차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 LTD)의 도매(Wholesale, 공장 출하→딜러) 판매량은 28만5809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30만9768대)보다 7.73%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소매(Retail, 딜러→소비자 인도 및 등록) 판매량은 27만8930대에서 26만662대로 6.55% 줄었다.
반면, 현지에서 비디오 슬롯의 최대 라이벌로 평가되는 인도계 자동차업체인 마힌드라의 올해 상반기 도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31% 증가한 30만1194대, 소매 판매량은 16.54% 늘어난 27만984대를 각각 기록했다. 인도 자동치 시장은 일본계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차상위 자리를 두고 비디오 슬롯와 마힌드라가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비디오 슬롯는 인도 소매 시장 점유율 2위 타이틀을 지난 2월부터 마힌드라에게 내준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공장 출하량이 줄었음에도 소매 시장 내 현대차의 재고 물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디오 슬롯는 올해 1월에만 유독 소매 판매량(5만9858대)이 도매 판매량(5만4003대)를 웃도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연말 출고된 차량의 실제 소비자 등록 시점이 올해 1월로 이월됨에 따라 소매 판매량이 과대 계상됐기 때문이라는 게 FADA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비디오 슬롯는 연초에 딜러망 중심으로 현금 리베이트(보조금)와 교환 보너스, 법인 프로모션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의 효과는 단기 재고 소진에 그쳤고, 이후에는 수요 회복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1월을 제외한 2~6월에는 도매·소매 판매량 모두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도매 판매량보다 소매 판매량이 부진한 흐름이 목격됐다. 지난 2~6월 기준 현대차 인도법인의 도매 판매량은 23만1806대, 소매 판매량은 20만804대로 각각 집계됐다. 도매-소매 격차는 3만1002대, 전년 동기(2만6629대) 대비 16.42% 증가한 수준이다. 공장에서 출하돼 딜러사에게 넘어간 차량이 전년보다 줄었음에도, 소매 수요가 더 빠르게 위축되면서 되레 재고가 더 많이 남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2025년 상반기 현대차 인도법인이 받은 성적표는 지난 1월 반짝 실적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전반적으로는 도매·소매 동반 역성장 국면으로 분명하게 전환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마힌드라 등 라이벌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공장 출하량 감축만으론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는 눈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건 '크레타'(Creta)라는 주력 SUV 모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크레타의 지상고(땅에서 차체 바닥까지 높이)는 비포장도로가 많은 인도 교통 실정에 특화돼 있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크레타는 뭔가 오래된 느낌을 주는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가격도 마힌드라 등에 비해 너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자동차 시장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 사람들이 지갑을 쉽게 열려고 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마힌드라가 현대차를 누르고 2위에 오른 건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Scorpio', 'XUV700' 등 SUV 모델 비중을 강화한 게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현대차는 지정학적 리스크 따위 핑계를 댈 상황이 아니다. 현지 상품 라인업의 경쟁력 제고, 신형 모델 투입, 딜러와의 재고 해소 전략 전환 등 노력이 없다면 하반기에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