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결 변호사(법무법인 더온)

지난 5월,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5년간 이어져 온 상표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 H.O.T.의 전 매니저이자 전 소속사의 대표이사였던 김모 씨가 2018년 열린 재결합 콘서트의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가 확정된 것이다.
김모 씨는 2018년 당시 1998년부터 자신이 H.O.T.에 대한 마네킹 슬롯을 보유하고 있는 바 공연기획사가 무단으로 해당 마네킹 슬롯을 사용하여 자신의 마네킹 슬롯을 침해하였고, 콘서트에서 상표를 대체하는 로고 등을 사용한 것 역시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사용금지 및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었다.
공연기획사 측은 2018년 김모 씨의 마네킹 슬롯등록 무효소송을 제기하였고 2020년에 대법원으로부터 김모씨의 마네킹 슬롯등록이 무효임을 확정받았다. 무효 이유는 1998년 미성년자였던 H.O.T. 멤버들에게 받은 동의서가 날인밖에 없다는 점, H.O.T. 멤버들의 전속계약 상대방은 소속사이지 당시 매니저였던 김모 씨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이 반영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마네킹 슬롯등록 무효 확인을 비롯하여 재결합 콘서트에서 사용된 로고 등 또한 김모 씨의 저작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에 대하여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하였다.
유명 그룹명이나 예명과 관련한 상표권 분쟁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신화’나 ‘비스트’ 등의 아이돌 그룹처럼 전속계약을 종료 이후 기존 소속사와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소위 ‘상표 브로커’에 의한 상표 선출원 및 등록 이슈로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도 있다. 그룹명이나 예명 자체가 마케팅 효과로 인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상표권 관련 분쟁은 우리나라 상표법이 ‘선출원·등록주의’를 택하고 있어서 발생하고 있다. 선출원·등록주의란 다른 사람이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준비하고 있는 상표라도 출원·등록이 되어있지 않으면 누구든 상표등록을 낼 수 있는 제도이다. 법에 정해진 상표등록 거절 사유가 없는 한 상표를 출원·등록하려는 사람이 실제 상표를 만든 사람인지 혹은 사용하고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상표등록의 거절 사유는 상표법상 등록 심사기준으로, 주요 기준으로는 ㉠ 상표가 누구나 사용해야 하는 보통명사를 상표로 두는 신청은 아닌지, ㉡ 성질·품질을 나타냈다거나, 원산지 같은 지역명이 표현된 상표가 아닌지, ㉢ 국가기관이나 공공재, 공공기관명이거나, ㉣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명칭은 아닌지, ㉤ 이미 같거나 유사한 상표가 먼저 출원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이 있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을 명칭이나 로고를 함께 붙이면 예외적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단순한 거절 사유 외 선출원·등록주의로 인한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목적으로, 2012년부터 ‘사용의사확인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사용의사확인제도란 실제로 상표를 사용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점하거나 타인의 등록을 막을 목적으로 출원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심사관은 상표사용계획서 등을 통하여 실제 사용의사를 확인한 뒤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상표 등록이 마쳐진 후에도 상표권 침해를 위한 구제 수단으로 등록 무효와 취소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무효 사유는 원시적 무효 사유와 후발적 무효 사유로 나뉘는데, 원시적 무효 사유는 상표 등록 기준이 등록 당시 갖춰지지 못하였음에도 등록된 경우이고, 후발적 무효 사유는 상표권자의 권리능력 상실이나 등록 후 국제조약 위반 발견 등 사유들이 있다. 취소 사유로는 상표권자가 고의로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 또는 등록 후 3년 이상 사용되지 않았을 때 그 상표를 사용하려는 사람이 청구할 수 있는 이른바 ‘불사용취소’ 등이 있다.
상표 등록은 크게 ‘등록주의’와 ‘사용주의’로 제도 기반이 나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증명의 편의성, 법적 안정성 등에 무게를 둬 등록주의를, 미국 등 일부 국가들에서는 사용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등록주의는 기본 요건에 충족되면 쉽게 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어서 등록자의 부담을 덜고, 사업 시작이나 제품 출시 과정에서 먼저 출원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희망하는 상표 등록 전 기존 등록 여부나 적용 범위를 확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기여한다. 사용주의란 상표를 실제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태도이다. 등록 단계부터 사용 여부와 사용 의사를 엄격하게 바라보고, 사후 검증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도 운영상 사용주의와 등록주의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도 사용의사확인제도로 보완하고 있듯이, 사용주의를 채택 중인 대부분 국가들도 등록주의식 제도를 편입해 보완하고 있다. 제도는 장단점이 나뉘는 기틀일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마네킹 슬롯 보호와 산업발전 이바지라는 대목적과 변화하는 사회 양상은 반영하여 꾸준히 제도 보완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 슬롯 사이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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