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식 1400억여원을 내던졌다.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절반 넘게 줄어든 것과 맞물려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핑크빛 전망에 따라 회사의 주가도 회복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7월 7~11일) 외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 1480억6600만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종목 중 순매도액 규모로 △두산에너빌리티(1735억1900만원) △네이버(1633억7600만원)에 이은 3위다.
외인은 삼성전자 대신 SK스퀘어를 3652억원 사들였고 △SK하이닉스(2307억원) △기아(895억원) △삼성중공업(74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732억원)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2주 전(6월 30일~7월 4일) 외인이 삼성전자를 2214억원) 사들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순매도세는 눈에 띄는 수급의 변화다. 외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이 기간 3442억원 팔았는데, 두 곳에서 내던진 주식은 개인과 기타법인이 각각 3249억원, 1679억원 사들였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외인의 수급에 변화가 생긴 배경은 통상 여러가지다. 환율·금리가 변화하거나 대내외 리스크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이달 초반엔 이러한 요인들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시장에선 지난주 삼성전자가 발표한 실적이 외인의 수급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0.09% 줄어든 74조원, 영업이익은 55.94%나 감소한 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iM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영업적자가 축소되지 않았고 DRAM에서의 재고자산 충당금이 설정됐기 때문에 실적 부진했다고 봤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반절 깎인 영업이익과 외인의 매도 전환에 삼성전자의 주가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일주일간 1.5% 상승률에 그치며 6만원 초반 등락에 머물러 있었다. 이달 초 6만원선을 회복했지만 추가로 오르지는 못했다. 같은 기간 '시총 2위' 하이닉스가 8.7% 뛰며 29만원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등락의 차이는 확연해보인다.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KB금융 등 다른 시총 상위종목들도 이 기간 각각 2.7%, 2.1%, 2.5% 올랐다. 모두 삼성전자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이날(14일)에도 별다른 움직임없이 6만2000원선 초반을 횡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진'을 목도한 시장은 이제 '회복'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대부분 이들은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이번 2분기 저점을 찍었으니 하반기부터는 무난히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주가의 반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관측됐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중 실적 저점 확인과 자사주 정책이 주가의 하방 경직성 강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다만 인공지능 수요 중심 구간에서 관련 제품 경쟁력 확인이 동반될 때 추세적인 주가의 우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다만 △HBM 비용의 일회성 여부 △파운드리 적자 축소 가능 여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며 "올해 4분기 전까지 주가 하단 레벨을 기준점으로 박스권 접근이 유효하다"고 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순자산비율은 0.98배로 저평가 영역에 해당하지만 주가가 상승할 만큼 뚜렷한 모멘텀이 부족하다"면서 "DRAM 가격이 상승 전환됐지만 HBM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주가 상승동력은 HBM에 대한 경쟁력 제고"라며 "엔비디아향 공급 여부를 떠나서라도 HBM 매출액 증가를 통해 펀더멘털 변화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슬롯 사이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