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 기반 공영 언론사인 GPB(Georgia Public Broadcasting)는 이달 초 '지역 물 사용에 침묵하는 현대자동차'(Hyundai quiet on local water use)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현대차가 지난 7월 발간한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해당 기사의 주된 내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용수 취수·사용량, 오염물질 배출량, 폐기물 발생량, 산업재해율 등 주요 ESG 지표에서 HMGMA의 2024년도 정보가 모두 미반영됐다. 지난해 4분기부터 운영된 사업장(공식 준공은 2025년 3월)이어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HMGMA 관련 통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메타플랜트는 2024년 10월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해당 공장에선 지난해 10~12월 약 2000대 안팎의 아이오닉5가 생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4년 한 해 동안 현대차가 전(全)세계 시장에 판매한 전체 자동차(414만1791대)의 0.05% 수준에 불과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된 ESG 주요 지표에 반영됐어도 통계적으론 미미한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현대차는 동 보고서에서 자동차 1대 생산 시 2.5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2000대로 환산하면 5000톤이다. 판매량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현대차의 전체 용수 사용량(1022만59톤)의 0.05% 수준에 그친다. 이를 더해도 수치상 유의미한 변동은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작은 숫자를 솔직히 드러내는 것 자체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의미라는 생각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의 성과를 단순히 나열하는 보고서가 아니다. 기업이 시민사회와 체결한 신뢰 계약서다. 회계·통계적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핵심 가치는 무엇보다 신뢰다. 숫자가 크든 작든 투명하게 드러내고 투자자를 비롯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악의를 갖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HMGMA에 대한 내용을 제외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마 현대차는 2024년 당시 메타플랜트를 준공 전 시운전 단계로 간주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거론했듯 현대차를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이 기대하는 건 정보의 투명성이다. 더욱이 HMGMA는 이미 미국 조지아주 지역사회에서 용수 사용, 수질 오염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조지아주 환경보호국(EPD)은 HMGMA에 산업 폐수 관련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물어 3만 달러 규모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타플랜트의 첫 해 데이터를 누락한 보고서는 괜히 지역사회 내에서 불필요한 의심만 키울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메이저 완성차 업체다. 최소한 HMGMA 관련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이유 정도는 보고서 내 각주로 남겼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앞서 이 사실을 지적한 현지 언론은 "현대차의 다른 해외 공장들과 마찬가지로 메타플랜트에서도 물 사용량과 수질 오염 완화에 대한 세부 통계를 투명하게 볼 수 있길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빠진 HMGMA의 작은 숫자가 현대차의 지속가능경영에 큰 의문을 남긴 셈이다. 지속가능한 경영의 본질은 성과가 아니라 투명성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슬롯 사이트 드림]